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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악동'을 자처한 콜비 코빙턴

미국 종합격투기 UFC를 대표하는 ‘악동’을 꼽을 때 콜비 코빙턴(37·미국)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기자회견 등에서 항상 거친 발언과 행동으로 상대를 도발한다. 팬들이 엄청난 야유를 쏟아낼 때마다 오히려 흐뭇한 미소와 함께 욕설을 퍼붓는다. 그가 참석하는 기자회견이나 행사는 난장판이 되기 일쑤다. 하지만 코빙턴이 처음부터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생계형 악동’이다. UFC에서 퇴출당하지 않기 위해, 챔피언이 되기 위해 변신할 수밖에 없었다. 살아남고자 악동이 되길 자처했고 그것이 코빙턴에게는 ‘전화위복’이 됐다.코빙턴은 원래 차분하게 조용한 성격이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한국 전쟁 참전용사였다. 대학 시절 레슬링부 동료이자 룸메이트였던 존 존스가 늘 술과 파티를 즐길 때도 코빙턴은 운동에만 전념하는 건전한 청년이었다.대학 레슬링에서 '올 어메리칸' 칭호를 얻을 정도로 뛰어난 레슬링 실력을 갖췄던 코빙턴은 이를 바탕으로 종합격투기에 뛰어들었고 승승장구했다. 데뷔 후 8연승을 달렸고 16번 싸우는 동안 단 1패만 기록했다.2017년 6월에는 당시 UFC 웰터급 랭킹 7위였던 ‘스턴건’ 김동현을 3라운드 판정으로 누르면서 드디어 랭킹 진입에 성공했다. 당시 경기를 마친 뒤 코빙턴은 “그는 터프한 상대였고 그를 존경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런데 이후 코빙턴은 당시 소속팀 아메리칸탑팀 코치로부터 충격적인 얘기를 듣는다.“다음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너는 UFC에서 퇴출당할 거야.”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레슬링에만 의존하는 단순한 경기 스타일을 가진 코빙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코빙턴은 개성도 눈에 띄지 않는 파이터였다. 그래서 UFC는 이제 막 랭킹에 진입한 그와 재계약하지 않을 생각이었다.UFC에서 쫓겨날 것이라는 말을 들은 코빙턴은 삐뚤어지기로 결심했다. ‘나쁜 놈’이 되기로 한 것이다. 2017년 10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대회에서 ‘주짓수 달인’ 대미안 마이마(브라질)를 판정으로 이긴 뒤 옥타곤 인터뷰에서 그는 충격적인 말을 쏟아낸다.“브라질은 쓰레기통(dump)이고, 너희는 더러운 짐승(filthy animal)이야.”당연히 관중석에서 무지막지한 야유와 욕설이 쏟아졌다. 그가 퇴장할 때 온갖 오물과 빈 병이 날아들었다. 훗날 코빙턴은 인터뷰에서 “그날 이후 난 캐릭터를 얻었다”며 “그것은 내 한계를 초과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난 일자리를 잃고 싶지 않았고, 타이틀을 위해 싸우고 싶었을 뿐이었다”고 털어놓았다.코빙턴은 이후 더 철저히 악당이 됐다. 상대의 아픈 구석을 콕콕 찌르는 것은 물론 심지어 가족까지 건드렸다. 전 웰터급 챔피언 카마루 우스만(나이지리아/미국)과 대결할 때는 감옥에 수감된 그의 아버지를 언급해 분노를 자아냈다. 당시 그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그런 행동이 반복되자 코빙턴은 물론 그의 가족들조차 안티팬들로부터 살해위협을 받았다. 아들의 행동을 못마땅해한 어머니는 “그 녀석의 입을 비눗물로 헹궈주고 싶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코빙턴은 어머니에게 진심을 털어놓았다. “엄마, 전 단지 가족을 위해 이러는 거예요. 우리가 힘들었던 시절을 생각해보세요. 저는 지긋지긋한 삶에서 벗어나 가족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을 뿐이에요.”코빙턴의 행동은 사실 겉과 속이 다르다. 우스만과 서로 죽일 듯이 싸웠지만 정작 5라운드 경기를 마친 뒤 코빙턴은 “이게 다 흥행을 위한 거야. 돈을 위한 것이라고”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우스만도 “알아. 다 이해한다”고 말한 뒤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코빙턴은 2020년 트래쉬 토크를 금지한 전 소속팀 아메리칸탑팀과 갈등을 빚고 탈퇴할 당시 ‘팀을 배신했다’고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함께 훈련한 동료들은 “그가 마케팅 차원에서 ‘어그로’를 끌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은 사람”이라고 그를 두둔했다. 그것이 ‘연기’이건 ‘진짜 모습’이건 간에 코빙턴의 악동 캐릭터는 그의 선수 인생을 바꿔 놓았다. 그는 오는 1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UFC 296 : 에드워즈 vs 코빙턴’ 대회에서 현 웰터급 챔피언 리온 에드워즈(32·영국)에게 도전한다.코빙턴이 웰터급 랭킹 3위이기는 하지만, 그가 도전자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의 마지막 경기는 1년 9개월 전인 2022년 3월 호르헤 마스비달(미국)전 판정승이었다. 21개월 동안 경기를 치르지 않은 선수가 랭킹 3위이고, 곧바로 타이틀전에 나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하지만 돈에 좌지우지되는 UFC에서 좋든 싫든 팬들의 관심을 몰고 다니는 코빙턴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앞에선 독설을 퍼붓고 악동 행세를 하지만 뒤에선 매일 하루 두 차례씩 훈련하고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보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도 든다. 2023.12.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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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헤비급 ‘2인자’ 시릴 간, 프랑스 홈에서 부활 노린다…7위 스피박과 대결

타이틀전에서 두 차례 패하며 주춤했던 전 UFC 헤비급 잠정 챔피언 시릴 간(33∙프랑스)이 홈에서 부활을 노린다. UFC 헤비급 랭킹 2위 간은 오는 9월 3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아코르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간 vs 스피박’ 메인 이벤트 헤비급(120.2kg) 경기에서 랭킹 7위 세르게이 스피박(28∙몰도바)과 맞붙는다. 파죽지세로 10연승을 달리던 무에타이 타격가 간은 UFC 타이틀전에서 두 차례 벽을 맛봤다. 지난해에는 프란시스 은가누(36∙카메룬/프랑스)에게, 올해 3월에는 존 존스(36∙미국)에게 그래플링에 밀려 정상 문턱에서 무너졌다. 특히 경기 시작 2분 4초 만에 길로틴 초크에 항복한 존스전 패배는 뼈아팠다. 오랜만에 훈련에 집중하며 약점을 보완했다. 2018년 8월 프로 데뷔 후 4년 7개월 동안 13차례나 싸웠다. 4.2개월에 한 번씩 싸우는 강행군을 치르며 경기 준비만 하느라 스스로를 발전시킬 시간이 없다 느꼈다. 그래서 이번엔 6개월간 유도와 브라질리언 주짓수(BJJ) 전문 스파링 파트너들과 구슬땀을 흘리며 차근차근 훈련했다. 간은 30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커리어 내내 급하게 서둘렀다. 종합격투기(MMA)에 입문한 뒤 6개월 만에 데뷔전을 치렀고, 이 경기 이후 내내 서둘렀다. 이젠 여유를 갖고 체육관에서 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상대 ‘폴라베어’ 스피박은 몰도바 출신의 그래플러로 북극곰과 같은 거대한 덩치(191cm, 116kg)를 활용해 상대를 짓누르는 게 특기다. 최근 3연속 피니시승을 기록하며 기량이 만개했다 평가받고 있다. 자신의 강점인 그래플링이 간의 약점이지만 스피박은 방심하지 않는다. 그는 “나는 내 앞에 서 있을 최고의 파이터를 상정하며 준비한다. 상대방의 약점을 분석하지 않는다. 모든 걸 훌륭하게 준비하면 결과는 따라올 거라고 생각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경기장엔 헤비급 랭킹 4위 톰 아스피날(30∙영국) 찾아와 두 선수의 대결을 맨 앞줄에서 지켜본다. 지난 7월 복귀전에서 11위 마르친 티부라(37∙폴란드)에 환상적인 승리를 거둔 아스피날은 이번 경기 승자와 차기 타이틀 도전자 결정전을 벌이고 싶어 한다. 이에 간은 인상적인 피니시를 선보인 뒤 아스피날을 건너뛰고 바로 타이틀전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그는 “나는 이번 주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질 거다. ‘난 여전히 건재하며, 다시 벨트를 원한다’라고 말이다. 이 방법이 더 빨리 타이틀샷으로 갈 수 있는 길”이라고 힘줘 말했다. 한편 코메인 이벤트에서는 전 UFC 여성 스트로급(52.2kg) 챔피언 로즈 나마유나스(31∙미국)가 플라이급(56.7kg)으로 체급을 올려 랭킹 3위 마농 피오로(33∙프랑스)와 격돌한다. 이번 대결의 승자는 플라이급 타이틀 도전권을 받을 걸로 예상된다. 이번 경기는 또한 태권도(나마유나스) 대 가라테(피오로) 타격 대결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UFC 파이트 나이트: 간 vs 스피박 메인카드는 오는 9월 3일(일) 오전 4시부터 tvN SPORTS와 티빙(TVING)을 통해 생중계된다. ■ UFC 파이트 나이트: 간 vs 스피박 대진 메인카드 (tvN SPORTS/TVING 오전 4시) #2 시릴 간 vs #7 세르게이 스피박 #3 마농 피오로 vs #2 로즈 나마유나스 브누아 생드니 vs 티아고 모이세스 #9 볼칸 우즈데미르 vs 보그단 구스코프 윌리암 고미스 vs 야니스 게무리 언더카드 (UFC 파이트패스 오전 1시 30분) 모르간 샤리에르 vs 마놀로 제키니 텔로 라필루스 vs 카올란 로크란 앙주 루사 vs 리스 맥키 노라 코놀 vs 조슬린 에드워즈 파리드 바샤랏 vs 클레이드송 호드리게스 자라 파이른 vs 자클린 카발칸티 김희웅 기자 2023.09.02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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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5일 전 오퍼 수락→승리… “돈 주면 은가누와도 싸운다”

UFC 미들급 랭킹 7위 션 스트릭랜드(31, 미국)가 경기 5일 전 단기 오퍼를 받고 들어와 12위 나수르딘 이마보프(27, 프랑스)를 제압했다. 스트릭랜드는 15(이하 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팩스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스트릭랜드 vs 이마보프 미들급 메인 이벤트 경기에서 만장일치 판정(49-46, 49-46, 48-47)으로 이마보프를 물리쳤다. 1달 전의 패배를 말끔히 씻어냈다. 2022년 마지막 대회에서 재러드 캐노니어에게 스플릿 패배를 기록했던 스트릭랜드는 2023년 첫 대회에서는 질 수 없었다. 스트릭랜드는 피니시를 내기 위해 초반부터 강타를 날리며 전진했다. 지난 경기 패배의 원인이 시각적으로 강타를 어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다. 이마보프는 초반 거칠게 압박하는 스트릭랜드에 카운터를 맞히며 선전했다. 하지만 스트릭랜드의 잽과 프론트 보디킥에 밀리며 점점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무한 압박하는 스트릭랜드에게 맞서기 위해서는 사이드로 빠져야 했지만 말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스트릭랜드는 체중의 우위도 활용했다. 그는 자신보다 가벼운 이마보프를 케이지에 클린치로 붙잡아두고 체력을 갉아먹었다. 원래 이마보프는 켈빈 개스텔럼과 미들급에서 싸우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개스텔럼의 부상으로 인해 빠르게 대타를 구해야 했기에 체급이 라이트헤비급으로 변경됐다. 계체 당일 미들급 준비를 하던 이마보프의 체중은 스트릭랜드에 비해 약 4.5kg 가벼웠다. 결국 판정단은 만장일치로 스트릭랜드의 손을 들어줬다. 스트릭랜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마보프가 나를 때릴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내가 그를 피니시하길 원했기 때문”이라며 “지난 경기가 지루했기 때문에 피니시를 노렸다. 지루하다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 상대에 대해서는 “UFC가 나를 필요로 한다면 누구와든 싸우겠다. 나는 컴퍼니맨이다. 돈만 주면 프란시스 은가누와도 싸우겠다”고 큰소리쳤다. 은가누는 120kg이 나가는 거구의 UFC 헤비급 챔피언이다. 한편 UFC 레전드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의 사촌 우마르 누르마고메도프(27, 러시아)는 생애 첫 KO승으로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UFC 밴텀급 11위인 우마르는 하오니 바르셀로스(35, 브라질)에 1라운드 4분 40초 펀치 KO승을 거뒀다. 그림 같은 KO였다. 우마르는 전진하며 왼쪽 니킥 공격을 시도하다 바르셀로스의 가드가 떨어진 걸 보고 동물적 감각으로 왼손 펀치 후속타를 날렸다. 바르셀로스는 바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우마르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난 누구하고든 싸우겠다고 했는데 내 체급 선수들은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3월 5일 UFC 285에서 복귀하겠다”고 밴텀급 선수들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3월 5일(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UFC 285에서는 대형 매치가 성사됐다. 전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존 존스(35, 미국)와 헤비급 랭킹 1위 시릴 간(32, 프랑스)이 헤비급(120.2kg) 타이틀을 놓고 맞붙는다. 현 챔피언인 프란시스 은가누는 UFC의 재계약 제안을 거절해 타이틀이 박탈된다.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2년 동안 은가누와 새 계약을 맺으려고 시도했다. 그와 역사상 최고의 선수인 존 존스의 헤비급 타이틀전이 여러 번 추진됐다. 존 존스는 헤비급 누구하고든 싸울 준비가 돼 있었다. 상대가 누구든 상관하지 않았다”며 헤비급 타이틀전을 공식 발표했다. 화이트 회장은 은가누의 타이틀 박탈 이유에 대해 “우리는 은가누에게 UFC 헤비급 역사상 가장 많은 대전료를 제시했다. 브록 레스너를 비롯한 그 누구보다도 많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은가누는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에도 말했지만 UFC에 있기 싫다면, 떠나면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3월 19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UFC 286에서는 리온 에드워즈(31, 영국)와 카마루 우스만(35, 미국)의 웰터급(77.1kg) 타이틀전이 확정됐다. 두 선수의 3차전이다. 에드워즈와 우스만은 상대 전적 1승 1패를 기록하고 있다. 김희웅 기자 2023.01.1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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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격투기 전문기자들이 뽑은 2022년 최고의 UFC 경기

2022년 종합격투기 UFC가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 캐노니어 vs 스트릭랜드’ 경기를 끝으로 2022년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1월 16일 ‘UFC on ESPN : 카타르 vs 치카제’ 대회를 시작으로 총 42개 대회가 정신없이 열렸다. 511경기 중 19번의 타이틀전이 치러졌다. 한 해 동안 수많은 명경기가 펼쳐진 가운데 국내에서 활동 중인 베테랑 격투기 전문기자들에게 올해 최고의 경기를 꼽아달라고 요청했다. 이들 기자들은 자신이 해당 경기를 선택한 이유도 밝혔다. 여기에 필자도 부끄럽지만 한 경기를 추가하고자 했다. ▶이교덕 스포티비뉴스 격투기 전문기자 -UFC 273 웰터급(77.1㎏ 이하) 매치 : 함자트 치마예프 vs 길버트 번즈(한국시간 4월 10일) 당일 정찬성 대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의 타이틀전이 있었던 날이라 현장에서 직접 본 경기였다. 경기가 끝난 뒤 현장에서 쏟아진 엄청난 환호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날 최고의 매치업이었다. 혈전, 혈투, 난전 같은 표현이 모두 어울리는 경기였다. 당시 현장에선 UFC가 함자트치마예프(28·스웨덴)를 엄청나게 밀어준다는 분위기를 느꼈다. 한편으로는 그의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전까지 치마예프가 이긴 선수 가운데 A급 선수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웰터급 랭킹 2위였던 길버트 번즈(36·브라질)와 경기는 치마예프의 진짜 실력을 볼 수 있는 검증할 기회였다. 치마예프는 번즈와 난타전을 벌인 끝에 판정승을 거뒀다. 이 경기를 통해 치마예프는 계속 상위 랭킹에서 놀 수 있는 발판을 놓았다. 하지만 주짓수 파이터인 번즈도 타격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물러나지 않으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번즈는 원래 치마예프와 맞부딪히기 보다 잽을 던지면서 거리 싸움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고 펀치가 강하게 들어오자 작전이고 뭐고 그냥 난타전이 되고 말았다. 의도치 않은 난타전이 펼쳐졌기에 그래서 더 박진감이 넘쳤던 경기였다. ▶최우석 무진 편집장 -UFC 278 웰터급 타이틀매치 : 챔피언 카마루 우스만 vs 도전자 리온 에드워드(한국시간 8월 21일) 당시 전 체급 파운드 포 파운드 1위였던 카마루우스만(35·미국/나이지리아)은 도전자 리온 에드워즈(31·영국)에게 패해 무적행진이 끝났다. 올해 UFC 최대 이변이었다. 경기 전 모든 사람들은우스만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다. 실제로 경기를 지배한 쪽도 우스만이었다. 우스만은 월등히 앞선 레슬링 실력을 앞세워 5라운드 중반까지 에드워즈를 압도했다. 하지만 에드워즈는 경기 종료 1분을 남겨둔 상황에서 기가 막힌 하이킥으로 역전 KO승을 거뒀다. UFC 역사상 역대 두 번째 영국 출신 챔피언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었다. 에드워즈는 계속 밀리면서도 무너지지 않았다. 딱 한 번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를 계속 노렸다. 경기 내내 킥으로 맞받아치면서 버텼고 마지막에 반전을 일궈냈다. 에드워즈가 경기 후 퍼부운 사자후도 잊을 수 없다. “그들 모두가 난 할 수 없다고 했지! 지금의 날 봐! 날 보라고!, 파운드 포 파운드! 헤드샷! 다 끝났어! 그거라고!” 에드워즈는 다들 자기가 질거라고 얘기하는 상황을 보란 듯이 뒤집어 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모양이었다. 그런 그의 마음이 아직도 그 경기를 잊을 수 없도록 만든 것 같다. 둘의 재대결이 지금 추진되고 있다. 냉정하게 말하면 그 경기는 우스만이 좀 방심했다고 보는 게 옳다. 둘의 대결이 다시 열린다면 그때는 우스만이 우세할 것이다. 타격전을 최대한 피하고 레슬링으로 쥐어짤 것이다. 그러면 여전히 에드워즈에게 답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성욱 랭크5 격투기 전문기자 UFC 282 밴텀급 경기(61.2㎏ 이하) : 라울 로자스 주니어 vs 제이 페린(한국시간 12월 11일) 이 경기는 팬들에게 많이 알려진 경기는 아니다. 심지어 UFC 282에서도 언더카드 경기였다. 밴텀급은 UFC 안에서 인기 체급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경기를 선택한 것은 라울 로자스 주니어(18·미국)라는 선수 때문이다. 이 경기는 UFC 데뷔전에 나선 로자스 주니어가 1라운드 2분 44초 만에 서브미션 승리를 거뒀다. 로자스 주니어는 이제 만 18세가 된 어린 선수다. UFC 최연소 데뷔 기록을 갈아치웠다. 주짓수를 수련하면서 멕시코 지역대회에서 활동하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가 직접 개최하는 ‘컨텐더 시리즈’에서 지난 9월 우승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의 가능성을 확인한 화이트 대표는 곧바로 아직 만 17살이던 로자스 주니어와 UFC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3개월 만에 치른 UFC 데뷔전에서 승리한 것었다. 로자스 주니어의 강점은 그라운드 실력이다. 물론 기존의 UFC 강자들과 비교해 아주 강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아직 18살에 불과하다. 10대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발전 가능성이 충분히 보이고 미래가 밝다. 코너 맥그리거 같은 슈퍼스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느껴진다. ▶필자의 선택 UFC 275 라이트 헤비급(93.9㎏ 이하) 타이틀전 : 챔피언 글로버 테세이라 vs 도전자 지리 프로하스카(한국시간 6월 12일) 떠오르는 도전자 지리 프로하스카(30·체코)가 최고령 챔피언이었던 글로버 테세이라(43·브라질)를 5라운드 종료 28초를 남기고 서브미션으로 누르고 새로운 챔피언에 올랐다. 하지만 우리나이로 44살에 이르는 ‘아저씨 파이터’ 테세이라는 자신보다 13살이나 어린 프로하츠카를 상대로 전혀 물러서지 않고 명승부를 펼쳤다. 체력은 일찌감치 바닥났지만 조금이라도 기회가 보이면 반격을 시도했다. 실제로 5라운드 초반에는 테세이라가 여러 차례 타격 정타를 꽂으면서 프로하츠카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 하지만 마지막 그라운드 싸움에서 목을 잡혔고 아쉽게 경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테세이라는 1979년생이다. 70년대생이 격투기 현역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반갑고 눈물겹다. 게다가 여전히 정상의 위치에서 경쟁하고 있다. 비록 방어전은 졌지만 테세이라는 이 경기를 통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테세이라는 여전히 포기를 모른다.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은퇴를 미루고 마지막 인생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2022.12.23 06:52
야구

日 한신, 17일 외국인 선수 4명 입국…로하스·알칸타라는 합류 시점 미정

일본 프로야구(NPB) 한신 구단이 한숨을 돌렸다. 일본 닛칸스포츠를 비롯한 현지 매체는 '전날 한신 외국인 선수인 타자 재리 샌즈, 제프리 마르티와 투수 존 에드워즈, 조 건켈이 입국했다'고 18일 일제히 보도했다. 네 선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잠복기를 고려해 2주 자가격리를 거친 뒤 2월 1일부터 시작되는 팀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한신은 이미 대만 투수 천웨인이 일본에 들어와 있고 NPB 경력자인 투수 로베르토 수아레스도 취업 비자를 받아 1월 중 일본 입국이 가능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오프시즌 동안 거액을 주고 영입한 KBO리그 출신 멜 로하스 주니어(전 KT)와 라울 알칸타라(전 두산)의 팀 합류 일정이 미지수지만 순차적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 한신은 지난 14일 타니 오사무 구단 부사장 겸 본부장의 인터뷰를 통해 '외국인 선수 없이 2월 1일 캠프가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외국인 입국을 사실상 전면 중단한 상태. 일단 이 조치가 2월 7일까지 유지될 방침이어서 NPB 각 구단에 비상이 걸렸다. 한신도 빨간불이 켜졌지만 17일 선수 4명이 한 번에 입국하면서 한시름 놓았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1.01.18 14:09
야구

日 한신, 전문 불펜 존 에드워즈 계약…연봉 80만 달러

한신이 새 외국인 투수로 존 에드워즈(31)를 영입했다. 스포츠 호치를 비롯한 현지 언론은 21일 한신이 에드워즈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고 밝혔다. 1년 계약에 추정 연봉은 80만 달러(9억2000만원)이다. 전문 불펜 자원이다. 2014년 빅리그에 데뷔한 에드워즈의 통산(4년) 성적은 2승 3홀드 평균자책점 3.67이다. 올 시즌에는 클리블랜드 소속으로 9경기에 불펜 등판해 2승 평균자책점 2.25로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7년) 201경기를 모두 불펜으로 나와 16승 9패 35세이브 평균자책점 3.41을 기록했다. 한신에서도 선발이 아닌 불펜에서 역할을 맡는다. 야노 아키히로 한신 감독은 "짧은 이닝을 확실하게 막아주는 투수가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한신은 2019시즌을 불펜에서 활약한 피어스 존슨과 라파엘 도리스의 재계약이 불투명했고 에드워즈를 영입하며 공백을 최소화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19.12.21 17:01
야구

[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프리미어12 미국, ML의 미래가 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미국 대표팀에는 '메이저리그의 미래'가 가득했다. 브래드 윌커슨·아담 에버렛·벤 시츠·로이 오스왈트 등이 올림픽 이듬해 빅리그에 데뷔했다. 특히 마운드를 이끈 쌍두마차 시츠와 오스왈트는 통산 94승과 163승을 거둘 정도로 롱런했다. 프리미어12 슈퍼 라운드 진출을 확정한 미국 대표팀도 주목할 만하다. 잠재력이 풍부한 유망주가 곳곳에 포진돼 있다. 지난 2일(한국시각)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발표한 대회 로스터에 따르면 미국은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만 6명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선수는 알렉 봄(23)이다. 봄은 2018년 1라운드 전체 3순위 필라델피아 지명을 받은 내야수로 계약금만 585만 달러(68억원)를 받았다. 올해 싱글A와 더블A를 오가며 타율 0.305, 21홈런, 80타점을 기록했다. 5일 열린 도미니카공화국과의 A조 최종전에서 주전 3루수로 나와 4타수 3안타 3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앤드류 본(21)도 비슷한 코스를 밟고 있다. 본은 2019년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시카고 화이트삭스 유니폼을 입었다. 2018년 전미 아마추어 최고의 대학 야구선수에게 수여되는 골든 스파이크 어워즈를 받은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입단 계약이 무려 722만1200달러(84억원). 2014년 투수 카를로스 로돈이 받은 658만2000달러(76억원)를 넘어서며 구단 역사를 새롭게 썼다. 경험이 많지 않지만 일발 장타를 갖춘 자원이다. 조별리그에선 지명타자나 1루수로 활용된 경계 대상이다. 조 아델(20)은 '예비 메이저리거'다. 2017년 1라운드 전체 10번 지명으로 LA 에인절스 지명을 받은 뒤 차근차근 마이너리그 레벨을 밟았다. 올해 트리플A에 올랐고 베이스볼아메리카(BA) 유망주 랭킹에선 전체 6위에 이름을 올렸다. 3일 열린 네덜란드와의 대회 개막전에선 홈런을 터트렸다.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타율 0.308(13타수 4안타) 장타율 0.538로 방망이 예열을 마쳤다. 아델과 첫 경기부터 짜릿한 손맛을 본 브렌트 루커(25·미네소타 트리플A)도 2017년 1라운드 전체 35번 지명을 받고 프로에 들어왔다. 200만 달러(23억원)에 육박하는 계약금을 받았고 올해 트리플A에서 4할에 근접하는 출루율로 정점을 찍었다.이밖에 재비어 에드워즈(20·샌디에이고 상위 싱글A) 태너 하우크(23·보스턴 트리플A)도 1라운드 출신으로 각 팀을 대표하는 유망주다. 스위치 타자인 에드워즈는 올해 마이너리그 도루 성공이 34개나 있을 정도로 주루 센스가 뛰어나다. 하우크는 보스턴이 선발로 육성하는 자원이며 지명 당시 최고 98마일(157.7km/h)의 패스트볼을 던졌다. 알짜 전력이 곳곳에 포진한다. 드래프트 상위 지명이 아니더라도 각 포지션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가 꽤 있다. 조별리그에서 타율 0.364(11타수 4안타) 2홈런 6타점을 폭발시킨 로버트 달벡(24·보스턴 트리플A)이 대표적이다. 달벡은 지난해 마이너리그 32홈런, 올해 27홈런을 때려낸 거포로 미국 대표팀의 4번 타자다.네덜란드전에서 주전 유격수로 나온 제이콥 크로넨워스(25·탬파베이 트리플A)는 올해 타율 0.334를 기록했다. 외야수 마크 페이튼(28·오클랜드 트리플A)은 시즌 홈런이 무려 30개. 오른손 투수 조나단 파이어라이젠(26·뉴욕 양키스 트리플A)은 불펜으로 40경기 등판해 10승을 거뒀다. 평균자책점이 2.49로 준수하고 9이닝당 삼진이 무려 13.8개였다. 96마일(154.5km/h)의 빠른 공을 던진다. 하나 같이 트리플A에서 굵직굵직한 성과를 남겼다. 미국은 2회째를 맞이한 프리미어12 강력한 우승 후보다.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 내 선수들의 참가가 불발됐지만, 꽤 많은 마이너리그 유망주가 빈자리를 채웠다. 멕시코에서 진행된 조별리그 A조 예선을 뚫고 슈퍼 라운드 무대에 선착했다. 2차전 멕시코에 덜미가 잡혔지만 1차전 네덜란드, 3차전 도미니카공화국을 꺾었다. 한국 대표팀이 슈퍼 라운드 무대에 오르면 정면 대결이 불가피하다. 대회 2연패를 노리는 김경문호가 넘어야 할 난관이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19.11.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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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스타인 매직'은 어떻게 컵스의 저주를 풀었나

메이저리그에는 세 가지 유명한 '저주'가 있었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 밤비노의 저주'가 유명했다. 1920년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한 뒤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하자 나온 말이다. 1919년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가장 악명 높은 승부 조작 사건, 즉 ' 블랙삭스 스캔들'을 일으켰다. 그 뒤 번번이 우승에 실패하자 ' 블랙삭스의 저주'라는 말이 붙었다. 둘 모두 10년도 넘은 옛이야기가 됐다. 2004년 보스턴이, 그리고 이듬해 화이트삭스는 연달아 월드시리즈 우승팀이 됐다. 나머지 하나, '염소의 저주'도 마침내 올해 풀렸다. 1945년 월드시리즈에서 애완 염소의 입장을 거부당한 한 팬이 “이 구장( 리글리필드)에서 다시는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을 것이다”는 악담을 퍼부었다고 한다. 리글리필드를 홈으로 쓰는 시카고 컵스는 1945년 이후 올해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1908년 우승에 이어 108년 만에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저주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2003년 내셔널리그챔피언결정전(NLCS)에서 컵스는 플로리다 말린스에 3승1패로 앞서 나갔다. 5차전에서도 8회 1사까지 3-0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우익수 쪽 파울플라이 타구를 스티브 바트만이라는 관중의 방해로 아웃 카운트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이 플레이 뒤 컵스 투수진은 거짓말처럼 두들겨 맞으며 8회에만 8실점했다. 그리고 6·7차전도 모두 내주며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언필칭 '저주'지만, 바트만의 방해도, 투수진의 붕괴도 결국 사람의 일이었다. 그리고 '저주'는 사람이 풀었다. 2003년 이후 줄곧 하위권에서 맴돌던 컵스는 2011년 10월 보스턴 단장을 지낸 테오 엡스타인을 사장으로 영입한다. 2002년 고작 29세 나이로 보스턴 레드삭스의 단장으로 부임해 해묵은 밤비노의 저주를 해결한 엡스타인이었다. 보스턴과 계약이 남아 있던 그를 데려오기 위해 컵스는 유망주를 보스턴으로 보내는 출혈까지 감수했다. 엡스타인 부임 시점에 컵스의 상황은 매우 암울했다. 팀 성적도 71승91패로 최하위권이었지만, 선수 구성은 더 나빴다. 알폰소 소리아노, 카를로스 삼브라노 등 몸값 못하는 선수가 즐비했다. 유격수 스탈린 카스트로와 선발투수 맷 가자 두 명 정도가 눈에 띄는 활약을 했다. 현재뿐 아니라 미래도 어두워 보였다. 갓 프로에 데뷔한 19세 하비에르 바에즈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미래의 자원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1년 전 가자를 영입하기 위해 탬파베이에 내준 유망주들( 크리스 아처·이학주·브랜든 가이어· 로빈슨 치리노스)이 아쉬웠다. 한마디로, 현재와 미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다시 실패한 팀이 컵스였다. 엡스타인은 방향을 확실하게 잡았다. ' 리빌딩'이었다. 우선 팀의 미래 청사진에 없는 고액 연봉 선수를 내보냈다. 소리아노와 삼브라노는 차례로 팀을 떠났다. 이어 다양한 방법으로 타자 유망주들을 수집했다. 시속 100마일 투수였던 앤드류 캐쉬너를 대가로 안정적인 선구안을 자랑하는 1루수 앤서니 리조를 데려왔다. 이어 쿠바를 탈출한 20세 외야수 호르헤 솔레어에게 3천만 달러라는 거액을 안기며 영입에 성공한다. 드래프트에서는 1라운드에서 알베르토 알모라, 크리스 브라이언트, 카일 슈와버 등을 차례로 지명했다. 2014년에는 FA까지 2년가량 남은 에이스 제프 사마자를 내보내고 오클랜드의 유격수 유망주 에디슨 러셀을 데려왔다. 투수 유망주 영입 기회도 많았지만, 엡스타인은 오직 타자 유망주만 고집했다. 그의 방침은 '투수력이 우선'이라는 한국 프로야구의 고정관념과 대조된다. 투수가 중요하다는 생각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엡스타인의 행동에는 근거가 있었다. 실증적인 연구 결과들은 비슷한 등급의 유망주일 경우 투수보다는 타자의 성장 결과가 더 좋다고 말한다. ' 하드볼타임스'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1~100위 유망주를 5개 구간으로 나눠 비교했을 때 5개 구단 모두에서 타자 쪽이 우위를 보였다. 투수 유망주는 부상이나 급격한 구위 저하 등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특히 1~10위 유망주 중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선수의 비율은 타자 쪽이 10%였던 것에 비해 투수 쪽은 31%에 달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타자는 마이너리그 시절의 평가가 메이저리그 승격 뒤에도 어느 정도 일관성을 보인다. 마이너에서 A급은 메이저에서도 A급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투수는 일관성이 떨어졌다. 유망주 시절 1~10위 선수와 26~50위 선수의 메이저 레벨에서의 활약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투수 유망주 평가가 그만큼 더 어렵고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미다. 엡스타인은 '시속 100마일 강속구'와 같은 과대 포장에 현혹되지 않고, 통계에 근거한 냉정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투수력 보강을 위해서는 조금은 다른 방법을 택했다. 한 가지씩 흠이 있어 가치가 떨어진 투수들을 싼값에 모았다. 마무리 투수 헥터 론돈은 룰5 드래프트에서 영입한 선수다. 카일 헨드릭스는 구속이 낮아 주목받지 못했다. 제이크 아리에타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부진으로 가치가 하락한 유망주였다. 칼 에드워즈는 60kg대 왜소한 몸집으로 스카우트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 세 명을 7월 말 데드라인에 맞춰 트레이드 시장에서 싸게 영입했다. 가치가 과장된 '특급 유망주'는 피하고 약간의 하자가 있는 유망주들을 다수 모았다. 어느 정도 팀이 궤도에 오르자 아껴 둔 지갑을 아낌없이 열었다. 2년 사이 존 레스터, 제이슨 헤이워드, 존 래키, 벤 조브리스트 등의 대형 FA들이 연이어 컵스에 입단했다. 불펜 투수진의 부진으로 인해 팀이 잠시 흔들리자, 그동안 수집한 여러 타자 유망주들 중 중복 포지션의 선수들을 내보냈다. 그 대가로 아롤디스 채프먼과 마이크 몽고메리라는 좌·우 구원투수를 한 명씩 영입했다. '유일한 약점'을 없앤 과감한 트레이드였다. 그 결과 컵스는 2016년 정규 시즌에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103승58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8년 만의 지구 우승에 성공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컵스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LA 다저스를 차례로 꺾으며 71년 만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월드시리즈에선 위기도 있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앤드류 밀러와 코디 앨런, 2명의 마무리 투수로 변칙적인 투수 운용을 했고, 컵스는 이에 잘 대처하지 못했다. 4차전까지 1승3패로 몰렸다. 하지만 5차전 이후 타선이 폭발했다. 결국 마지막에 웃은 쪽은 더 탄탄한 전력을 갖춰 놓았던 컵스였다. 14년 전 엡스타인이 보스턴 단장으로 부임했을 때 뒷말이 무성했다. 예일대와 샌디에이고대 로스쿨 출신인 29세 풋내기가 단장직에 올랐다. 개성 강한 스타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 판에서 견뎌 낼 수 있냐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하지만 젊고 냉철한 엡스타인은 오히려 메이저리그에 오래 머물렀던 사람들보다 편견 없이, 객관적인 자료에 기초해 효율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었다. 보스턴에 이어 컵스로 팀을 옮겨서도 또 한번의 놀라운 성공을 이룩했다. 그의 성공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컵스가 그동안 월드시리즈와 인연이 멀었던 이유는 결국 실력이 모자랐기 때문이었다. 물론 실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우승하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에는 행운과 불운이라는 요소가 개입한다. 하지만 '저주' 로까지 불린 불운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건 능력 있는 경영자가 성공을 준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임선규( 야구공작소) 야구 콘텐트, 리서치, 담론을 나누러 모인 사람들. 야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2016.11.08 06:00
연예

유승우, 신생기획사와 전속계약‥마케팅은 CJ 측이 담당

'슈퍼스타K4' 유승우가 신생기획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신곡 활동에 박차를 가한다.관계자에 따르면 유승우는 최근 신생기획사인 UK뮤직과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CJ E&M은 유승우의 앨범에 대한 투자·유통 및 마케팅을, UK뮤직은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게 됐다.유승우는 지난해 방송된 케이블 채널 Mnet '슈퍼스타K4'에서 '톱6'에 오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오는 5월 7일 자작곡이 담긴 미니앨범을 출시한다. 유승우는 이번 앨범에 직접 작사·작곡한 곡을 포함시키는 등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보여주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팀발랜드·브라이언 맥나이트 같은 유명 프로듀서와 함께 작업한 에단 에드워즈가 앨범의 타이틀곡을 선물해 눈길을 끈다.소속사 측은 "유승우는 나이는 어리지만 음악적 욕심이 정말 강한 친구다. 또한 욕심 못지않게 실력도 출중하다"며 "그만의 색깔을 담은 신곡 활동을 기대해달라"고 밝혔다. 원호연 기자 bittersweet@joongang.co.kr 2013.04.26 19:38
스포츠일반

프로농구, 역대 최악의 득점왕 탄생하나

2012-2013 프로농구에서 역대 최악의 득점왕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경기당 평균 득점 1위는 부산 KT의 제스퍼 존슨(30·198㎝)이다. 21일 현재 평균 19.32득점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평균 20점도 안 되는 저조한 득점력이다. 올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득점 1위가 평균 20점을 살짝 웃돌았는데, 4라운드에 접어들자 20점대 득점이 무너졌다. 19.32점은 역대 득점왕 중 최저 득점이다. 과거 기록을 살펴 보면 올 시즌 득점이 얼마나 저조한지 확인할 수 있다. 프로 원년인 1997 시즌 득점왕 칼레이 해리스(원주 나래)는 평균 32.29점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득점을 기록한 피트 마이클(대구 오리온스·2006-2007 시즌)은 평균 35.12득점이었다. 종전까지 최저 득점을 기록했던 득점왕은 2009-2010 시즌 문태영(당시 창원 LG·21.87점)이었다. 이 기록은 올 시즌 깨질 확률이 크다. 올 시즌 득점왕의 득점력이 뚝 떨어진 건 외국인 선수의 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은 "전반적으로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이 떨어지면서 득점력도 떨어지고, 중위권 순위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분석했다. 피트 마이클이 평균 35점 이상을 넣었던 2006-2007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가 자유계약 제도였다. NBA(미국프로농구) 다음 가는 리그로 꼽히는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맹활약하던 선수들이 대거 한국으로 몰려왔다. 반면 올 시즌은 드래프트로 외국인 선수를 선발했다. 역대 드래프트 중 선수들의 수준이 가장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 시즌 수비자 3초룰이 폐지된 것도 득점 저하의 원인으로 꼽힌다. 수비자가 페인트존 안에 3초 이상 머물러도 상관 없도록 규정이 바뀌면서 골밑 수비가 강화됐다. 종전까지 외국인 선수들이 포스트업, 골 밑 공격 위주로 쉽게 득점했다면 올 시즌에는 외곽 슛까지 갖춰야 제대로 된 '득점 기계'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은경 기자 kyong88@joongang.co.kr○역대 프로농구 득점왕------------------------------시즌 득점왕(소속) 평균득점------------------------------97 칼레이 해리스 (나래) 32.2997-98 래리 데이비스(SBS) 30.6598-99 버나드 블런트(LG) 29.9399-00 에릭 이버츠(골드뱅크) 27.6700-01 데니스 에드워즈(SBS) 33.4201-02 에릭 이버츠(코리아텐더) 28.3002-03 리온 트리밍햄(SK) 27.3603-04 찰스 민렌드(KCC) 27.1504-05 네이트 존슨(오리온스) 28.6805-06 단테 존스(SBS) 29.2006-07 피트 마이클(오리온스) 35.1207-08 테렌스 섀넌(전자랜드) 27.2008-09 테렌스 레더(삼성) 27.4809-10 문태영(LG) 21.8710-11 애런 헤인즈(삼성) 23.1311-12 애런 헤인즈(LG) 27.56*12-13 제스퍼 존슨(KT) 19.32------------------------------12-13 시즌은 21일 현재 기록 2013.01.2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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